제주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이 2026년 4월 7일 별세했습니다. 향년 68세. '글 쓰는 여자'에서 '길 내는 여자'로, 그녀가 남긴 437km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 서명숙 별세 — 프로필부터 알고 가세요
성명 : 서명숙 (徐明淑)
별세 : 2026년 4월 7일 (향년 68세)
고향 : 제주도 서귀포시
학력 :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76학번)
직업 : 언론인 →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주요 수상 : 2013년 아쇼카 펠로우 선정 / 2017년 국민훈장 동백장 (대통령 훈장)
여기서 잠깐,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서명숙 이사장은 대학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연행돼 무려 236일간 구금 생활을 했습니다. 그 수감 이력 때문에 졸업 후 한동안 정규직으로 취업조차 못하고 프리랜서 기고가로 살았어요. 쉽게 말해, 처음부터 '순탄한 인생'과는 거리가 먼 분이었습니다.
2. '글 쓰는 여자'에서 '길 내는 여자'로 — 인생의 전환점
1983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합류해 정치부 기자, 정치팀장, 취재1부장을 거쳐 대한민국 시사주간지 최초 여성 편집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장도 역임했고요. 화려해 보이죠?
그런데 현실은 달랐어요. 23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몸과 마음은 이미 한계였습니다. 마흔 일곱 살, 병원에 갔다가 의사에게 들은 말에 절망했다고 해요. 그리고는 무작정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2006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걷고 또 걷다 보니 치유가 됐습니다. 그 길 위에서 문득 생각했대요. "이런 길이 내 고향 제주에도 있으면 어떨까?"
그 생각 하나로,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글 쓰는 여자'에서 '길 내는 여자'로, 인생을 180도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3. 제주올레길 — 437km의 기적
2007년 여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1코스를 개장합니다.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 게 있어요. 올레길은 새로 만든 길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있던 흙길, 돌길, 마을길을 찾아내고 이은 것이에요. 서명숙 이사장은 생전에 이런 말을 했어요.
"걷는 길은 우리 국토 곳곳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걷지 않았고, 잊어버렸고, 상실한 것일 뿐."
예산도 거의 없었고, 행정 기관도 아니었어요.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서 만든 민간 주도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엔 택시기사들도 반대했어요. "걷는 사람이 무슨 택시를 타겠냐"고요. 하지만 지금은 제주 관광의 패턴 자체를 바꿔놓은 길이 됐죠.
2022년까지 27개 코스, 총 437km 완성. 일본 규슈, 미야기, 몽골에도 올레 철학을 수출했습니다.
4. 국민훈장 동백장 — 그냥 받은 상이 아니에요
2013년 사회적 기업가의 최고 명예인 아쇼카 펠로우에 한국 최초로 선정됐고, 2017년에는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습니다.
이 두 개의 상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보통 관광 분야 공로는 경제적 성과로 평가받는데, 이 분은 달랐습니다. '지속가능성', '공동체', '치유와 성찰'이라는 가치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받은 상이거든요. 제주올레 매출의 상당 부분이 지역 상인과 마을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5. 그녀가 남긴 말, 지금도 유효합니다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길을 두고 항상 이렇게 말했어요.
"올레길은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행복한 종합병원이다."
이 말이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닌 이유는, 실제로 지병을 안고도 매일 걸으며 건강을 지켜온 본인의 삶 자체가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그 남동생 서동성 탐사대장도 지난 3월 14일 먼저 세상을 떠났고, 큰 형 서동철 초대 탐사대장도 2020년에 별세했습니다. 제주올레를 함께 만든 가족 세 명이 모두 떠났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부분이에요.
6. 제주올레길, 어떻게 걸으면 제대로 걷는 걸까요? (실생활 팁)
서명숙 이사장의 철학을 실제로 느끼고 싶다면, 이렇게 걸어보세요.
① 1코스보다 7코스를 추천합니다 외돌개에서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7코스가 서명숙 이사장이 나고 자란 서귀포 앞바다를 끼고 걷는 코스예요. '이 길이 왜 만들어졌는지'가 가장 잘 느껴지는 곳입니다.
② 빠르게 걷지 마세요 올레길의 평균 코스는 약 15~18km. 보통 5~6시간이 걸려요. 중간에 멈춰 서는 연습을 해보세요. 산티아고를 걷다 온 한 사람이 제주에 이 길을 낸 이유가 '멈추는 것'에 있었으니까요.
③ 간세(리본) 방향 표시를 따라가세요 올레길에는 파란색·주황색 화살표와 리본이 있어요. 이게 바로 길 안내 표시예요. 스마트폰 GPS보다 이걸 따라가는 게 오히려 더 올레답습니다.
④ 걷기 전날 밤, 내일 걸을 코스 지도를 한 번 보세요 마을 이름, 오름 이름을 미리 알고 걸으면 전혀 다른 길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서명숙 이사장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나요? A. 1957년 10월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태어났습니다.
Q. 서명숙 이사장은 어느 학교를 나왔나요? A.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76학번).
Q. 제주올레길은 총 몇 코스인가요? A. 2022년 기준 27개 코스, 총 437km입니다.
Q. 아쇼카 펠로우가 뭔가요? A. 전 세계 사회 혁신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입니다. 서명숙 이사장은 2013년 한국 최초로 선정됐어요.
Q. 영결식은 언제, 어디서 열리나요? A. 2026년 4월 10일 오전 9시, 제주올레 6코스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진행됩니다.
길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 길을 걷는 우리가, 그녀를 기억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